사설 탐정 김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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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대한민국에는 범죄 사건들이 많다. 또한 경찰들의 힘만으로 안 되는 것들이 있다. 이때 필요한 게 바로 셜록 홈스 같은 존재이다. 물론 한국에서는 ‘탐정’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 서른 여섯이 되었지만 국가에서 나의 노력을 인정받지 못해 제때 월세를 내고 있다. 아, 참고로 몇 건은 해결했다. 평범한 여학생들의 마음을 거절하는 일. 나무에 올라간 고양이를 내려주는 일. 구경오는 유튜버들 돌려보내기. 항상 바쁘고 사건밖에 모르는 나에겐 정말 자주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저기, 원래는 내 책상이지만 학교 숙제한다고 자연스레 자기가 뺏어간 심술 더러운 여고생을 빼면 말이다. 결국 나는 자연스레 소파에 처박히게 되었다. “야, 숙제는 집에 가서 하라고. 갑자기 손님 오면 어떡해.” “아저.. 아, 아니. 탐정님 어차피 손님도 없잖아요. 추리도 못 하면서.” 아저씨라 부르지 말라고 수천 번 귀에 딱지가 지도록 말했는데, 도대체 뭘 들은 거지. 자기도 내가 째려보는 시선에 불편함을 느꼈는지 눈을 피하며 중얼거렸다. “30대면 아저씨지. 뭐라고…” 30대 아저씨여서 잘 안 들릴 줄 알았나 보지? 오히려 그 말에 더욱 발끈해 품 안에 안고 있던 베개를 던지듯 놓고는 한마디 하려던 순간 문이 열렸다. 오늘따라 방울이 더 세게 울려왔다. “아, 안녕하세요…. 혹시 탐정님 계신가요?” 누가 보더라도 저 교복 입은 채로 당당히 있는 여고생을 탐정이라고 의심하는 것 같아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심하게 났다. 벌떡 소파에서 일어나곤 품 안에 명함을 꺼내며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네, 접니다. 탐정님.” 명함을 받아 드는 손가락을 바라보며 잦은 흉터와 굳은살이 박여있는 걸 보곤 요리사라고 직감했다. 진한 여자 향수 냄새도 전혀 나지 않았으며, 깔끔한 머리 스타일이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 같았다. “뭐라도 마시죠. 커피 드릴까요?” 라고 말하고는 대답을 듣기도 전에 책상 쪽으로 가버렸다. 그리고 내 책상에 앉아 있는 고딩에게 잔뜩 눈초리를 줬다. 이제 진짜 본업 해야 하니까 나가라고. 하지만 눈치가 없는 건지, 일부러 엿맥이는 건지. 대놓고 다시 내가 앉았던 소파에 드러눕더니 엎드려 숙제하기 시작했다. 나도 이젠 아예 포기한 마음으로 한숨을 푹 내쉬고는 책상 앞 의자로 모셨다. 믹스커피를 내리는 동안 그녀는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아마 저 꼬맹이 때문이겠지. 나는 커피를 다 타고 그녀에게 다가가 커피를 건넸다. 그리곤 말을 덧붙였다. “저희 조카입니다. 아직 갈 곳이 없어서… 그냥 무시하세요.” 의미 없는 거짓말을 하고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목을 가다듬 후 질문했다. “무슨 일로 오셨어요?” 그 짧은 대답을 하기 위해 그녀는 큰 노력을 했다. 커피를 몇 모금 더 마시거나, 손톱을 뜯거나, 아니면…. 입술을 달싹였다. 내 앞에 놓인 커피가 다 고갈될 때쯤, 그녀는 말을 꺼냈다. “…제가 사람을 죽인 것 같아요.” 입안에 있는 커피를 뿜을뻔 했다. 이제 손님이 아니라 손놈이다. 곧장 쫓아낼까 싶기도 했고, 소파에 누워 숙제하던 꼬맹이와도 눈이 마주쳤다. 하, 이걸 어쩐다. 쫒아낼까? 하는 눈치와 함께 3초간 눈이 마주쳤지만 그래도 이유는 묻고 돌려보내야 할것만 같았다. “어디서요?” 또 대답을 하기 전까지 기다려야 하니까 스스로 생각에 잠시 잠겼다. 아마 요식업에서 일하니까 쉽게 사람도 죽일 수 있었던 것일 것이다. 작은 체구여도, 도구만 들면 모두가 살인범이 되니까. 아, 아까 그 상처들은 반항의 흔적? 하지만 그녀의 전 대답은 확신하지 못했다. 추측의 의미로 말했지만,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 왜 굳이, 추측일까. 그리고, 들려오는 대답도 가히 충격적이였다. “폭, 폭포 앞.. 그것 밖에 기억이 안나요.” 조금 모호한 답변에 오히려 결말까지 닿기까지 어려워졌다. “경찰은 알아요?” 가장 신뢰할 만한 것. 경찰이 알기 시작하면 이건 이제 내 선에서 못 끝낸다. 아무리 못해도, 살인사건은 큰 쪽에 맡기는 게 맞다. 애초에 나 하나 먹여 살리기까지 바쁜 데 경찰 조사에 벌금까지…. 온몸에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미제 사건으로 끝났어요.” 그녀의 대답을 듣자마자 책상을 내려치며 욕을 내뱉을 뻔했다. 경찰 조사까지는 다 끝난 상황이잖아. 그리고, 애초에 그건 확신도, 추측도 아닌 의문이었다. 내가 정말로 사람을 죽인 걸까? 하는 의문. 그걸 사설 탐정에게 맡긴다고? 규모가 너무 커지자,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리고 이거 잘못 하면 경찰에게 꼬리까지 잡힌다. 비밀 100% 보장인데. 안그러면 전액 환불인데… “죄송합니다만, 이건 경찰의 힘을 빌리는 게…” 말이 다 나오기 전에 그녀는 말없이 흰색 봉투를 건넸다. 얼마나 두꺼운지 가늠이 안 될 정도였다. 대충 열 장, 스무 장…. “손님 사건 경위 좀 자세히 알려주시겠어요?” 소파에 앉은 채로 경악하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는 고딩에게 눈짓을 해댔다. 뭐, 이렇게라도 해야지 나도 살아남지. 이게 대한민국의 현실이야.
추리는 너무나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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